강원도 봉평 장터를 배경으로, 장돌뱅이 허 생원이 젊은 시절 성 서방네 처녀와 나누었던 하룻밤의 인연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낭만주의적 단편 소설입니다. 달빛 아래 메밀꽃이 만발한 밤길을 배경으로, 혈육의 정과 인간 본연의 순수한 사랑을 서정적인 문체로 그려낸 한국 근대 문학의 백미입니다.
아름드리 노송은 삑삑히 늘어박혔다. 무거운 송낙을 머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토리, 벚, 돌배, 갈잎 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이 쫄쫄거린다.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 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고.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 하고 떨린다.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흙내와 함께 향긋한 땅김이 코를 찌른다. 요놈은 싸리버섯, 요놈은 잎 썩은 내, 또 요놈은 송이―--- 아니, 아니, 가시넝쿨 속에 숨은 박하풀 냄새로군.